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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유출(Brain drain)’에서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으로: 국제 협력연구와 연구자 이동성의 세계 동향 |
과학연구와 출판의 지형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학연구가 세계화됨에 따라 종전처럼 과학의 3대 강대국인 미국, 유럽, 일본이 과학연구의 지형을 장악하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중국,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국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림에 따라 새로운 과학 강대국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서로 보다 가까워진 세계에서 과학자들은 국제적으로 협력하면서 최고의 시설, 최고의 연구팀, 지식 공유가 가능한 환경 등에 힘입어 다른 국가로 기꺼이 이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식 공유, 협력연구, 연구 네트워크, 연구자의 이동성(mobility)과 같은 개념들은 예전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국제 과학계의 모습을 잘 알기 위해서는, 협력연구, 그리고 연구자 이동성의 변화하는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협력연구로 인해 생겨난 하이퍼 저자권(hyperauthorship)
최근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cientific, Technical and Medical Publishers (STM) 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협력, 공동 저자, 다중 저자 논문 등이 지난 수십 년 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협력연구의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논문 편당 평균 저자 수는 2007년 3.8명에서 2011년 4.5명까지 늘었습니다. 오늘날 모든 연구의 2/3이상이 공동저자에 의한 연구입니다. 협력 연구의 최신 경향 중 하나는 하이퍼 저자권(hyperauthorship), 즉 아주 많은 수의 저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인데, 때로는 그 수가 1,000명 이상에 달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Nature>에 실린 힉스 입자에 대한 논문이 5,000명 이상의 공동 저자 수로 또 한 번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중 저자가 집필한 논문을 협력연구의 발전을 측정하는 척도로 삼는다면, 그 성장률은 어마어마합니다. STM의 보고서에 따르면, ISI에 등재된 논문 중 저자 수가 가장 많은 논문은 1981년 118명이었지만 2011년 3791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국제 협력 연구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15년 전에는 전체 출판 논문 중 25%가 국제 협력으로 쓰여진 논문이었지만, 오늘날 그 수는 35%로 늘어났습니다. 다국적 공동 저자를 가진 논문은 1997년 16%에서 2012년 25%까지 늘어났습니다. |
협력연구가 인용수를 높인다
협력과 인용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국제 협력으로 씌어진 논문의 경우 인용수가 더 많습니다. STM 보고서에 따르면 논문 편당 인용수의 평균은 협력 국가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높아지며, 5개국의 협력으로 씌어진 논문은 국제 협력 없이 씌어진 논문보다 3배 가량 인용수가 많습니다. Jonathan Adams는 논문 “협력연구: 연구 네트워크의 증대” 라는 논문에서 기관 단위의 협력만으로도 인용수가 늘어난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하버드 대학교는 캠브리지 대학교와의 협력연구를 통해 집필한 논문들의 경우 인용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산업체와의 협력으로 씌어진 논문 역시 인용수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옥스포드 대학교가 GlaxoSmithKline과의 협력연구로 집필한 논문들은 이 분야의 세계 평균의 4배에 달하는 인용수를 얻었습니다. |
협력연구 네트워크의 증대
다중 저자 논문이 늘어나면서 협력연구 역시 많아져 연구 협력 네트워크가 생겨났습니다. 연구 협력 네트워크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A와 B라는 두 과학자가 협력연구를 진행하거나 공동저자로 논문을 집필한다면, A와 B는 연결됩니다. 이 두 과학자 사이의 연결로 인해 과학자 A와 다른 논문에서 협력한 학자들, 그리고 과학자 B와 협력한 학자들이 서로의 논문을 인용하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위한 협력 연구자들을 찾을 수 있는 과학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됩니다. 협력연구와 공동집필 논문이 늘어날수록 이 네트워크도 함께 성장합니다.
새로운 협력 네트워크의 대다수가 지역 네트워크입니다. Adams의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흥미로운 점들로는 다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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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는 유럽 내 거의 모든 다른 국가들과 협력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서로 가장 많은 협력 연구를 진행하는 국가는 영국과 독일로, 2011년 약 10,000건의 출판물을 공동으로 내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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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99년 이래로 지역 내 협력 연구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일본과의 협력 연구는 4배, 대만과의 협력 연구가 8배,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연구는 10배로 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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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일본, 한국, 대만과의 협력 연구 비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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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역시 지역 내 협력 연구가 늘어나고 있고, 이 중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인접 국가인 튀니지, 알제리 역시 참여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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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역시 브라질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과의 연구 네트워크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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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세 개의 연구 네트워크가 뚜렷이 나타나는데, 하나는 남아프리카 네트워크, 다른 하나는 서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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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프랑스어권 국가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그리고 동아프리카의 영어권 국가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입니다. . |
따라서, 기존에 과학 강대국이라는 개념이 우세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과학 연구는 다극적(multipolar) 글로벌 지형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
협력연구가 과학자의 이동성을 증진시킨다.
협력연구가 개별 연구자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협력연구를 통해 지원금과 연구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국제 연구팀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되고, 인용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개별 연구자들에게 이는 세계를 가로질러 협력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인센티브로 작용합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생산적인 연구 경험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로 적극적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Elsevier가 영국 정부에 제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자들의 이동성은 지역마다, 국가마다 다릅니다. 대부분의 유럽 연구자들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이 중 영국이 1위로 활발하게 연구 중인 영국의 연구자들 중 약 72%가 영국 외 기관에 소속된 상태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TM 보고서에 따르면 “정주(sedentary)” 연구자 (1996-201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해당 국가 외의 국가에서 논문을 출판하지 않은 연구자) 의 비중이60%에 달하는 일본, 71%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영국과 캐나다의 정주연구자 비율은 27%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출신 국가를 벗어난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미국이며, 미국 과학자들 중 38%가 미국 외 국가 출신이라고 합니다. <Nature>에 출판된 GlobSci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서의 외국인 연구자 비율로 따질 때 1위는 외국인 연구자가 57%인 스위스, 그 다음이 캐나다 (46.9%), 호주 (44.5%) 순이라고 합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때로 과학자들의 이동성 패턴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지리적 위치입니다. 많은 경우, 재능 있는 외국인 연구자들은 “이웃” 국가에서 오게 됩니다. 독일은 이웃한 국가인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로 향하는 이주 과학자들의 주된 출신지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브라질로 이주한 외국인 과학자들 역시 인접 국가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외국인 과학자들은 주로 중국, 한국 출신입니다. 언어와 문화적 유사성 또한 주요 요인입니다. 호주, 캐나다의 외국인 과학자들은 영국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스페인의 경우 아르헨티나 출신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이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해도 이러한 요인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미국의 외국인 과학자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 출신 과학자들이며, 영국의 경우 독일, 이탈리아 출신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
두뇌의 순환: 디아스포라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다
대학교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협력 연구와 연구자의 이동성이 주는 많은 장점을 경험하였으며, 종전의 “두뇌 유출(brain drain)”이라는 개념은 보다 유동적인 개념인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으로 바뀌어서, 이주 연구자들의 출신 국가 역시 이들이 해외에서 얻은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본국으로 돌아올 때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더 나은 연구 기회를 찾아 고국을 떠난 과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GlobSci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웨덴과 캐나다 출신의 이주 과학자들은 세 명 중 한 명이 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응답하여 가장 높은 귀국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출신 이주 과학자들의 경우 다섯 명 중 한 명 미만이 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응답하여 더 낮은 귀국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인 16개국 중 귀국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은 인도 출신의 이주 과학자였습니다. 네덜란드, 일본,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경우 취업 전망이 이주 과학자의 귀국을 결정짓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정부에서는 ‘두뇌 순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해당 국가 출신의 유능한 인재를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거나 자원을 할당하는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수립한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로 진출한 인재를 본국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인도 정부 역시 재외 인도인 담당 부서를 설치해 이주자의 귀국을 장려할 수 있도록 시민권 요건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주자 커뮤니티의 귀국을 촉진시키기 위한 ‘Talent Corporation’을 설립했습니다. 에콰도르는 재외 중견 과학자들의 에콰도르 귀국을 목표로 170만 달러를 투자한 ‘Prometheus Old Wiseman’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과학자와 연구자의 이동성, 점점 늘어나는 협력연구의 중요성, 그리고 연구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연구란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임이 명백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여러 정부가 이러한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해외와 국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식, 기량, 기술의 양방향 흐름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의 형세는 변화할 것이며, 국가를 우선하던 정책 역시 가급적 과학, 그리고 인류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세계를 향하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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