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티지 인사이트 독자 대다수는 논문 출판의 가능성을 높이고 싶어하는 저자입니다. 논문 교정과 집필 및 이와 관련된 분야의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로 원하는 결실을 이루고자 하실것입니다. 투고 후에는 저자가 저널에 논문을 투고한 뒤 저널 편집 결정을 기다릴 때 따라오는 불안과 초조함을 어떤 저자나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저널의 피어리뷰와 편집자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 몇 가지를 편집자의 관점에서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피어리뷰의 절차를 단순하게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저자의 원고 투고”, “원고에 대한 피어 리뷰” 그리고 “편집자의 의사 결정”으로 이어지는 순서도가 됩니다.
그러나 피어리뷰 절차는 이 순서도처럼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폴라 리서치 Polar Research> 저널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며 때로 답답함을 주는 과정은 원고를 평가해 줄 피어리뷰어를 모집하는 과정, 그리고 약속된 원고가 씌어지기를 기다리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헛된 기다림이 되기도 합니다.) “원고에 대한 피어리뷰”라는 부분 안에도 사실상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이지요.
이 글에서는 ‘피어리뷰가 공정한가?’ ‘피어리뷰가 제 역할을 다 하는가?” 등의 더 큰 문제들은 생략하겠습니다. 모두 중요한 질문이지만,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피어리뷰어를 선정한 뒤 이 중에서 논문을 검토할 의향이 있는 두세 명의 리뷰어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과정은 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입니다.
피어리뷰어 찾기
피어리뷰의 1단계는 피어리뷰어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 즉 원고와 잘 맞는 연구자들을 찾는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논문을 검토하는 충실한 피어리뷰어 인력풀을 갖추고 있는 저널도 있습니다. 다루는 논문의 범위가 좁은 저널에서는 이런 방식이 잘 맞습니다. 해빙의 광학성 특성에서부터 곰의 짝짓기 습관, 20세기 초반의 북극 항공 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폴라 리서치>처럼, 여러 학제에 걸쳐 있는 저널이라면 이렇게 다양한 주제에 필요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피어리뷰어 인력풀의 유지가 어렵습니다. <폴라 리서치>의 경우 과거에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 리뷰어들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와 동시에 논문의 다양한 주제에 맞는 새로운 리뷰어를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단으로 리뷰어 후보를 찾지만 가장 먼저, 저널이 소속된 기관의 동료나 우리의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또, 원고의 참고문헌 목록에서 같은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저자들의 이름도 찾아봅니다. 제목, 토론에 등장하는 용어나 우리가 이 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키워드를 이용해 Web of Science (WoS) 에서 검색하면 원고에서는 인용되지 않은 더 많은 연구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WoS는 참고문헌에 이름을 올린 저자들의 정보를 찾아볼 때도 유용하지만, 이들 중 원고에 참여한 저자들과 공동저자로 논문을 발표한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할 때도 쓰임새가 많습니다.
저자들이 리뷰어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저널 편집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저자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원고를 친한 지인들이 검토하게 하거나, 심지어 대담하게도 저자들 자신이 검토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들이 너무나 많아서 일부 편집자들은 마치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저자가 추천한 리뷰어를 피하기도 합니다.
<폴라 리서치>에서는 저자가 추천한 피어리뷰어 역시 고려하고 있습니다. <폴라 리서치>는 저자들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의도 없이, 추천받은 리뷰어의 이름을 WoS에 검색하는 등의 수단으로 검토해서 해당 리뷰어가 논문과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최근에, 또는 정기적으로 저자 중 일부와 공동저자로 논문을 집필한 적이 없는지, 또 저자 중 한 사람과 같은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지의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때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저자가 추천한 리뷰어를 초빙하게 됩니다.
그러나 <폴라 리서치>에서는 저자가 직접 추천한 리뷰어만이 원고를 검토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리뷰어 세 사람 중 한두 명이 저자가 추천한 리뷰어인 경우가 가끔 있고, 리뷰어 중 최종적으로 원고를 검토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폴라 리서치>의 편집자들이 더 나은 자격요건을 갖춘 검토자를 찾아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저자가 추천한 검토자가 원고 검토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리뷰어 후보를 찾은 뒤에 어떤 절차가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하고, 연구자들이 피어리뷰 요청을 거절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1. Furgason C, Marcus A. & Oransky I. 2014. The peer-review scam. Nature 515, 480-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