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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연구가 번성하는 시대입니다. 출판되는 연구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발견과 연구자의 수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과학의 한계를 허무는 동안에 출판 윤리의 원칙까지 허물어 버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특히 피어 리뷰 절차에 관련된 연구 부정행위가 놀랄 만큼 흔해졌습니다. 널리 알려진 예로 피어 리뷰가 조작된 증거가 발견되며 시작된 «Tumor Biology» 107개 논문 게재 취소 사태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어 리뷰에 있어 투명성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어 리뷰는 학술 커뮤니케이션을 평가하는 황금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나 편집자가 피어 리뷰를 약점으로 겨냥하여 이용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동일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인증 도장을 받은 출판물은 신뢰의 기준이 되므로, 연구자들은 피어 리뷰를 받은 출판물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우호적인 피어 리뷰어 추천을 받으면 다음 출판의 디딤돌이 되기 때문에 출판이 간절한 연구자들은 절차를 조작하기도 합니다. 학계가 본질적으로 경쟁적인 사회인 데다 출판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점이 이런 부정행위의 흔한 이유입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관이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 수시로 출판하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 혹은 승진이나 연구 보조금, 연봉 인상 등을 위해 피어 리뷰를 조작하는 등의 편법을 쓰기도 합니다.
피어 리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은 저널의 큰 맹점인 투명성의 결여를 이용합니다. 대부분의 저널은 싱글 혹은 더블 블라인드형 피어 리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리뷰어의 신원, 리뷰어 코멘트, 그리고 저자의 답변이 모두 대중에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속임수로 쓰는 저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가짜 신원을 만들어 내어 본인의 논문을 스스로 리뷰하기도 하는데, 이 리뷰의 진위를 파악할 유일한 책임자인 편집자가 이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이 부정행위는 평생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F1000Research»나 «BioMed Central»을 포함한 몇몇 저널들은 피어 리뷰 절차에 투명성을 더하기 위해 출판 후 피어 리뷰 시스템(post-publication peer review)과 같은 대안적 피어 리뷰 모델을 채택하고 있기도 합니다.
편집자들 또한 매일 들어오는 수백 개의 원고들을 제시간 내에 평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적합하면서도 시간이 있는 리뷰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떤 저널들에는 저자에게 리뷰어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투명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 관행은 저자가 본인에게 우호적인 리뷰를 해 줄 만한 리뷰어를 지명할 절호의 기회를 주는 일이 되어 버립니다. 보통 논문을 출판할 때 리뷰 보고서를 함께 출판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저자들이 피어 리뷰 서클(피어 리뷰 링)을 만들어 들키지 않고 서로의 논문을 좋게 리뷰해 주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투명성이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피어 리뷰가 존재한 지는 벌써 10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즉 피어 리뷰어가 원하는 것, 리뷰어와 저자 사이의 교류, 편집자의 결정 과정 등은 비밀에 싸여있습니다. 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은 저자, 편집자, 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입니다. 출판사와 저널은 리뷰 절차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논문을 출판할 때 리뷰어 보고서를 함께 공개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피어 리뷰를 더 개방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피어 리뷰 절차를 조작하려는 저자를 단념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들은 믿을 만한 리뷰어 풀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리뷰어를 찾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리뷰 품질에 집중하여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리뷰어 지명을 저자들에게 의지하는 일도 줄여 줄 것입니다.
피어 리뷰 조작은 과학 발전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부정행위가 일어난 후에 잡아내기만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부정행위에 가담했을 때 따르는 처벌과 책임을 저자들에게 교육해야 하고, 편집자는 지명된 리뷰어의 신용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는 피어 리뷰 절차를 더 개방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피어 리뷰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자, 편집자, 출판사가 합심하여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해당 글은 «Learned Publishing» (DOI: 10.1002/leap.1031)에 출판된 ‘What causes peer review scams and how can they be prevented?’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