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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논문 디펜스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실패자는 아닙니다

로리 오웬스 | 2020년3월16일 | 조회수 37,251
시리즈 기사 연구자 스토리
저는 논문 디펜스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실패자는 아닙니다

아무도 논문 디펜스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당부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실패에 대해서 말입니다. 90분이 넘게 복도 밖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린 후에, 저는 실패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도교수는 저를 뒤로 불러서는 “다시 해야 할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말이 잘 들리지도, 정확하게 이해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이 모두 떠나고, 지도교수가 “이건 내 잘못이야...”하고 말했을 때에 탁자를 뚫어져라 쳐다고 보고 있었던 기억은 납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깊이 심호흡하고 말했습니다. “이제 가겠습니다.”

조금 뒤, 사고 능력이 다시 명료해졌을 때, 실패를 만든 원인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도교수(X라고 합시다)는 매우 방임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계획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판단을 하기 전에 전체를 봐야 한다.”), 초고의 한 페이지도 제 글을 읽지 않았지요. 어떤 피드백도 주지 않고, 광범위한 질문과 일반적인 의견만을 주었습니다. 미흡한 부분을 수정하려고 하였지만, 제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학기가 가까워지자 저는 X교수에게 논문 디펜스 날짜를 요청했고, 함께 날짜를 잡았지만 이틀 전에야 몇 가지 질문과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글을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저는 코멘트에 대응하는 답변을 몇 페이지 작성하며 이것이 최선이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결국 심사는 초안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디펜스 당일, 저는 심사위원들 맞은 편에 앉았습니다. 네 사람을 마주보고 있는 것은 저뿐이었습니다. 모두 스프링 제본된 제 논문을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거의 반은 포스트잇 표시가 붙어 있었고, 솔직히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X교수의 카피는 한 번도 읽힌 적 없는 책처럼 아주 깨끗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시작했을 때(X교수는 자신은 질문과 의견은 가장 마지막에 덧붙이겠다고 말하며, 이를 미루었습니다), 저는 답을 하려고 했지만, 곧 패닉 상태로 빠져 들었습니다.

갈팡질팡 답을 하며 맞은편에 앉은 지도교수가 도움을 주거나 상황을 명쾌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코멘트는 커녕,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더 구체적여지자 X교수가 논문 전체를 읽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해졌습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언급하는 부분을 전혀 찾지 못했고, 아무렇게나 카피본을 들춰 보는 모습이 제 가슴을 더 조여 오게 만들었습니다.

Default Alt text저는 지금까지 학문적 분야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건 아주 강력한 한방이었고, 우울증에 빠지는 일을 멈추고 수정을 시작하려면 3개월은 걸릴 일이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X교수에 대한 비난을 그만두는 것이었습니다. 이 실패에 그는 일정 정도 책임이 있지만, 여기에 머무는 것으로 학위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논평과 제가 휘갈겨 쓴 메모를 읽으면서, 저는 제 글에서 방법론의 구현, 데이터와 이론의 연결에 큰 간극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 안의 평범함을 발견하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저는 당연히 디펜스에서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위를 받고, 이 배타적인 커뮤니티의 한 명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했습니다.

이 처참한 낭패 이후,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집으로 가는 것뿐이었습니다.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차로 다가갔을 때,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를 알아챈 댄은 “자, 얼굴 펴고 식당으로 가자.”고 했습니다(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에서 몇 명의 친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 돼! 그냥 집으로 가자.” 저는 애원했습니다. 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친구들에게 축하는 없을 것이라고 알리려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저 이 답답한 수트를 벗고, 침대에서 영원히 뒹굴고만 싶었습니다.

“좋아, 하지만 나는 식당에 가는 게 당신한테 더 좋을 것 같아.”

“뭘 축하하자고? 내가 실패한 거?”

댄이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실패자가 아니야.” 그러고는 집으로 가는 동안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했습니다. 현관 앞에 도착했을 때는 문을 열 기운 조차 없었습니다. 댄은 문을 열었고, 저는 진창에 빠진 마음으로 그를 밀치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딩동, 딩동!” 문자 메시지 알람이 계속 울렸습니다. 이를 다 무시하고 있다가, 얼마 후 세수를 하고 메시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박사라서 우리가 여기 있는 게 아니야. 너를 위해 있는 거야. 어서 와.”

“우리 중에 박사학위 있는 사람 아무도 없는 걸. 우린 아무 상관 안 해.”

아래 층에서 댄은 다시 “어서 옷 입고 식당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자!”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잠자코 그를 따랐습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여섯 명의 진심어린 포옹과 다정한 말은 제게 힘을 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제가 박사이든 아니든 말이지요. 그날 저녁 우리는 많이 웃었고, 깊은 우울로 빠뜨리려고 위협하는 검은 구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친구의 한마디가 굉장히 감동스러웠습니다. 제니는 한 팔을 제게, 그리고 한 팔은 댄에게 두르고는 속삭였습니다. “너, 첫 번째 결혼이 잘 되지 않았었잖아. 그런데 지금 이렇게 된 게 뭣 때문이라고 생각해? 모든 게 제대로 모든 게 되었을 때, 그 모습이 얼마나 굉장한지를 봐.” 남편은 칭찬에 미소를 지었고, 저는 어둠을 밀어내는 빛을 느꼈습니다. 저와 댄은 둘 다 결혼에 실패했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6시간 30분 동안의 만남으로 서로의 ‘운명’이 되었습니다.

저는 실패한 논문 디펜스의 시간을 지나보냈습니다.

저는 실패했지만, 실패자는 아닙니다.


편집 노트:  글쓴이의 블로그에 게시되었던 글을 허락을 받아 재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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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s picture
June 30, 2022
감동적인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Dr. Lee's picture
July 01, 2022
연구자님, 감사합니다 :) 에디티지 인사이트의 다른 자료도 자유롭게 둘러보시고 연구와 논문 작성, 저널 투고 등에 관해 질문이 있으시면 Q&A 포럼(https://www.editage.co.kr/insights/ask-dr-eddy)을 통해 질문해 주시면 학술 전문가가 상담해 드립니다! - 에디티지 인사이트 편집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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