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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정신 건강 이슈: 무뎌지라는 요구에 대하여

에디티지 인사이트 | 2019년11월1일 | 조회수 18,518
시리즈 기사 연구자 스토리
학계의 정신 건강 이슈: 무뎌지라는 요구에 대하여

처음 에디티지 인사이트에 글을 써달라는 부탁받았을 때, 저는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들이 개인적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 마음은 뭘 쓰길 원하는지에서 뭘 쓸 수 있는지로 옮겨 갔습니다.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써야 할 주제를 마침내 발견했습니다. 학계의 침묵 효과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 학계 최고의 비밀이라면, 이것이 그 비밀 위에서 번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는 금기시 되는 많은 주제가 있습니다. 이 비밀을 키우는 것이 직장을 얻거나 승진을 하고, 정년을 보장받는 데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 주제는 가족(임신과 출산)이나 정신적 문제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포함합니다. 원고 거절과 연구비 지원 문제와 같은 직업적 주제도 포함하지요. 하지만, 학계 외부에서 학내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글들이 쏟아지면서, 학계 내에서도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사정이 되었습니다.

 

학계의 다른 연구자들처럼, 제 연구 여정은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계에 (특히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정신 건강 문제가 만연해 있고, 또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은 편임에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느낍니다.  

대학원생의 삶이 쉽지 않은 것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고투의 단계가 있지요. 불면증의 나날과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 같지만, 이게 어떻게 부정적인 건지 확신할 수 없는 까다로운 상황도 있지요. 저도 이러한 문제를 겪어야 했고, 이는 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모두 손상시켰습니다.

더욱이 지원 시스템에 대해 서서히 알아 볼수록, 이 문제가 단지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심지어 대학원 기간동안 끝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는 학계 전반의 모든 단계에 스며들어 있고, 의욕 저하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는 동료 대학원생이나 교수진, 심지어 행정 직원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동안,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현재 재직중인 교수진과 동료들의 대학원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수진들의 교직원으로서의 경험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 뒤에 동일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표출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조용히 있는 게 낫다는 조언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낙인은 사회 각층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권위가 중요한 학계에서 이 낙인은 특히 뿌리깊다고 느낍니다. 심지어 저는 이 글을 쓰면서도, 모든 단어를 다시 읽고 또 읽으며, 스스로 약하고, 무능력하다고 묘사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 정신적 문제는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연구에 대해 항상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요. 하지만, 제 영역 밖의 일들로 대학에서의 마지막 해는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진학 시기가 되었을 때, 제가 신뢰하고 있던 분들이 저를 위해 시간을 내어 추천서를 써줄 거라고 했지만, 제가 스스로 시간을 좀 가진 이후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고, 이것이 틀리지 않음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의 휴식기를 가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 능력이나 가능성과 상관없이 마주해야 하는 첫 기술이었습니다. 여러분이 학계에 진출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신이 건전하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1년 후, 저는 대학원에 지원했고, 지원서는 이 항목 서술을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지원자의 추천자가 채우도록 요구하는 항목이 어땠는지 잊을 수 없습니다. 지원서는 (명목상으로) 지원자의 기질에 대해 묻고 있었지만, 이는 사실 정신 건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불안과 우울에 대한 질문이었고, 누군가 저에 대해 이러한 평가를 매기는 것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졌는지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원 진학과 학업 시작을 위해 이를 수락했습니다.  

석사 과정 동안, 저는 학교 내에서 그리고 다른 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조언과 코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내, 한 가지의 조언이 반복되었습니다. 무뎌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학계는 거절이 만연하고, 이를 어떻게 다룰지 일찌감치 배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액면 그대로, 이는 지당한 충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도 배운 바가 있습니다. 연구 보조비 지원이나 원고 게재를 거절당하는 것은 이제 예사 일이 되었습니다. 눈물 대신, 눈 한 번 딱 감고, 술 한잔 한 뒤에 활기를 되찾고는 어딘가 원고를 다시 제출할 저널이나 펀딩을 찾습니다. 그러나 이 안에 함축된 무언가를 깨달은 것은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닥치든, 최소한으로 반응하고 덜 민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사 과정 중반 즈음, 저는 동료들과 제가 모두 중대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루는 친구와 한잔 하는데, 그녀가 자신의 불안과 지속적인 공황 발작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며 웃었습니다. 그때, 저는 뭔가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가 여기서는 너무나 만연하다 보니, 심각한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거나, 전혀 말하지 않는 게 일반화 되어 있다는 것을요. 왜냐면 모두가 그냥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기 때문입니다. 더 깊이 생각할수록,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불편한 지표들을 무시하도록 체계적으로 훈련받아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학계에 만연한 문화로 더 강화되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연구자들이 동일한, 혹은 더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대체로 연민의 감정은 한정적이고, 각 개인의 증상들은 같은 문제로 취급되었습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정신적 문제가 진공의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는 주변의 맥락적 요인에 강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정교수가 될지 모를 상관이 당신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구조에 함께 있습니다. 단순히 연민이나 공감의 부족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여러분과 같은 상황에 있어 왔고, 어떤 일을 겪을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어떤 권위나 위안이 발생한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제 경험상,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궁극적인 결과는 여전히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누군가 제게 심각한 정신 문제를 상담하였습니다. 저는 그녀와 그녀의 문제에 대해 깊이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의 반응에 매우 놀랐습니다. 제가 기대한 반응은 공감과 연민이었습니다만, 실제는 비난과 분노였습니다. 취약성은 개인이 마주해야만 하고, 맞서야 할 것은 아니라는 학계의 관념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학계에서 맞서 싸우고 대면해야 할 힘든 싸움에 눈뜨게 했습니다. 이는 아무도 다쳐서는 안 되는 싸움입니다. 그러나, 저는 두렵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쉽게 눈을 감는 학계의 분위기가 어떤 효과를 낳을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로 인해 동료들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의 저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기를 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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