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과학은 고등 교육을 받은 전문가만을 위한 배타적인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계 밖에도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적 증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지만, 과학 지식이 많은 이의 삶에 가져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여전히 많죠.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일반 대중에 지식을 전달하며, 정책 입안자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가 과학에 뿌리를 둔 행동이나 실천을 하도록 (심지어 과학에 기여하도록) 독려하며, 젊은 세대가 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도록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1
일반 대중 사이에서 과학적 성향을 함양하는 것은 확실히 점차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반한 조치들은 지속 가능성 목표 달성을 향한 여정에서 기후 연구, 공중 보건, 농업, 에너지 기술, 오염 통제 등의 다양한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겁니다. 생활 방식과 보건 부문에 과학적 관점을 반영한다면 우리 모두를 위한 건강한 미래를 여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이를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과학도 감정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
지식의 한 체계로서 과학은 감정이나 열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과학은 고도로 전문화된 방법론들을 사용해 극히 전문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기반으로 고립된 분야에서 연구됩니다. 연구 결과는 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대단히 기술적인 형식으로 공유되죠.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대중이 복잡한 주제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이해만으로 충분할까요?
여기에 더해, 인간의 노력에 변혁적인 힘을 발휘하는 강한 열정이 필요합니다. 열정적인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활력을 일으키는 에너지의 힘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지구와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간을 이끌 수 있습니다.2 바로 여기에서 예술이 도움을 주죠.
언뜻 보기에는 무척 단순해 보입니다. 소통에 예술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하면 전달하려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따라서 수용하게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보다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열정과 감정을 불어넣는 매개 역할을 합니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 관심과 이해심으로 연결하며,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과학적 주제를 해석하는 데 새로운 관점과 접근 방식을 도입하도록 장려하며, 무엇보다도 대화를 촉진하여 이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설득합니다.2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술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다
‘과학예술융합(SciArt)’은 실제 많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소명으로 삼고 있는 일입니다. 과학 대중화 전문가와 커뮤니케이터 들은 스토리텔링을 보조하기 위해 시각 예술(그림, 영화 제작, 조각 등), 문학 예술(시, 산문 등), 공연 예술(무용, 음악, 연극, 스탠드업 코미디 등)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여러 개인이 과학적 개념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이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예술 형식을 택해 왔습니다. 심장 전문의이자 작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면서 유튜브 채널 ‘Medlife Crisis’를 운영하고 있는 로힌 프란시스(Rohin Francis), 예술가이자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동식물 연구자이면서, “신문 1면에 실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룬 수상 경력에 빛나는 일러스트 만화 시리즈 ‘그린 유머(Green Humour)’의 작가인 로한 차크라바르티(Rohan Chakravarty) 등을 예로 들 수 있죠.
물론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들일 겁니다. 2023년 개봉한 ‘오펜하이머’는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과학적 성취가 그의 양심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이야기죠.
‘Dance Your PhD’ 콘테스트, 들어보신 적 있나요?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콘테스트는 미국 과학 진흥 협회(AAAS), ‘사이언스’지, Primer.ai가 후원하며 연구자들이 춤을 통해 자신들의 박사 학위 연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팀 블레이스(Tim Plais)는 인기 음악을 아카펠라로 부르며 과학적 주제를 설명하죠.
만화가 토비 모리스(Toby Morris)와 역학자 수지 와일스(Siouxsie Wiles)는 ‘Flatten the Curve’를 GIF로 제작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수칙의 중요성을 설명했고요. 해당 GIF는 전 세계 정부, 보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고, 최소 12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에게도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의 혜택을 받는 건 비과학의 영역만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에게도 예술이 필요합니다. 예술 활동은 기존의 과학 활동으로 자극되지 않을 수 있는 방식으로 뇌를 자극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3 여러 연구 결과, 크게 성공한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성공적인 과학자들 대비 대중과 예술적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더 높다고도 하죠.4 최근의 과학 보고서들은 연구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그래픽 초록과 동영상 초록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과학적 예술에도 책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예술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나 과학 관련 뉴스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일까요?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풍부한 컬러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과학 이야기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디어에서 과학적 정보와 함께 제시되는 이미지가 독자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죠.
한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뉴스 매체에서 정보 전달을 위해 사용한 수많은 스톡 이미지를 “화면상의 이미지 팬데믹(imagedemic)”이라고 칭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예술적으로 그려진 바이러스 이미지가 엄격한 기반의 메타데이터 없이 사용됨으로써 허위 정보와 편향된 감정의 확산을 촉진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SARS-CoV-2 바이러스를 그린 화려한 3차원 이미지가 흥미롭게는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도 주장합니다. 반면 흑백 현미경 사진은 시각적으로 끌리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이 더 과학적으로 정확하다고 인식하며 따라서 매력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더 무서운 대상으로 느낍니다.5 “모든 유형의 정보에 실제 이미지를 동반하는 원칙에 따라 코로나19의 경우에도 가능한 한 엄밀한 SARS-CoV-2의 실제 이미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과학자들은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균형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과학을 위한 예술의 활용에는 거대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과학자의 지도 하에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학적 정확성과 엄밀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죠. 과학자와 예술가 사이의 유익한 협업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심어주고 인간은 물론 지구에 도움이 되는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12 examples of stunning science communication. https://shorthand.com/the-craft/12-examples-of-stunning-science-comms/.
2. Shrivastava, P., Ivanaj, V. & Ivanaj, S. Sustainable Development and the Arts. Int J Technol. Manag. 60, 23–43 (2012).
3. Keehner, M., Mayberry, L. & Fischer, M. H. Different clues from different views: The role of image format in public perceptions of neuroimaging results. Psychon. Bull. Rev. 18, 422–428 (2011).
4. Root-Bernstein, R. et al. Arts Foster Scientific Success: Avocations of Nobel, National Academy, Royal Society, and Sigma Xi Members. J. Psychol. Sci. Technol. 1, 51–63 (2008).
5. Andreu-Sánchez, C. & Martín-Pascual, M. Á. Scientific illustrations of SARS-CoV-2 in the media: An imagedemic on screens. Humanit. Soc. Sci. Commun. 9,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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