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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연구자 에디티지 장학금 수상자 02] TLR 기반 면역조절 펩타이드의 황반변성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다

EJ Jun Lee | 2025년6월10일 | 조회수 545
[신진 연구자 에디티지 장학금 수상자 02] TLR 기반 면역조절 펩타이드의 황반변성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다
임윤 연구원

2024년, 에디티지는 신진 연구자 여러분이 연구 커리어 초기의 어려운 연구 환경을 효과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에디티지 장학금’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등 팀에 ‘TLR4 기반 대장암 치료’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제출하신 임 윤 연구원님이 선정되셨죠.

임 윤 연구원님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연구소 단백질 조절 및 공학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뇌·인지과학을 전공으로 이학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임 윤 연구원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톨유사수용체(TLR)란 무엇이며 TLR과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의 관계, 그리고 다학제적 연구 배경이 문제 해결 접근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에디티지 신진 연구자 장학금 수상자 인터뷰

 

Q.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구자님이 임상 분야에서 기초 과학으로 전환했듯,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 및 초기 경력 연구자에게 성공적인 연구 경력을 쌓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어떤 분야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나면 다른 분야와의 융합에서 중심 기둥 역할을 있습니다. 건물을 지을 기둥이 튼튼해야 전체 구조가 무너지지 않듯이 융합 연구도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기둥을 튼튼하게 세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게 되면 처음에는 내가 분야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놀랍게도 분야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힘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처음 가는 길이라 헤맸다면 이제는지도 읽는 법’을 알고 있는 셈이니까요. 처음 접하는 분야일수록 편견이 없어 오히려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해 보세요. 그게 결국 다른 분야와 연결될 가장 자산이 됩니다.

임상에서 기초 과학으로 넘어가는 분들은 특히 장점을 가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실제 환자나 질병을 가까이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초 과학에서 다루는 현상이나 메커니즘이 어떤 임상적 맥락과 연결되는지 감을 잡을 있거든요. 다만 그만큼 기초 과학의 언어와 방법론을 새롭게 배워야 하기에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사고방식' 배운 사람은 다른 분야도 빠르게 배우고 흡수할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먼저 자신의 분야에서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고 난 뒤에 융합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솔직한 호기심과 열린 태도로 접근하는 겁니다. 그렇게 영역을 연결하다 보면 언젠가 사이에 아무도 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Q. 연구자님이 연구하는 분야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TLR이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우리 몸은 외부물질이 들어오면 그것이 자기편인지 적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체(세균, 바이러스 ) 몸에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선천면역 시스템이 먼저 반응합니다. TLR(Toll-like receptor) 선천면역의 센서’ 같은 역할을 하며 특정 모양을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세균의 껍질(LPS)이나 바이러스의 RNA 같은 특징적인 분자 패턴(PAMP) 잡아내고 이를 인식하면 곧바로 경보를 울려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사람에게는 10가지의 TLR 있고, 각각 인식하는 신호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TLR4 세균의 외막에 있는 LPS 인식하고, TLR3 바이러스의 이중가닥 RNA 인식합니다. TLR 태어날 때부터 우리 몸에 장착된 선천면역 시스템의 핵심 축이기 때문에 백신을 맞기 전에도 몸이 어느 정도 병원체에 대응할 있게 해줍니다.

수용체들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자가면역질환이나 만성염증과 같은 문제도 생길 있습니다. 그래서 TLR 단순한 센서를 넘어서 면역질환의 치료 타깃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중요한 분자입니다. AMD 연구에서는 주로 TLR2 TLR4 주목받고 있으며 이 두 TLR은 눈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Q. 나이 관련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은 무엇인가요? 유병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나이 관련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즉 AMD는 이름 그대로, 나이가 들면서 망막의 중심 부위인 황반(macula) 점점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황반은 고해상도 시야를 담당하는 부위로 글자를 읽거나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필요합니다.

문제는 부위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AMD가 진행되면 황반이 손상되어 중심 시야가 흐려지고 결국 실명으로 이어질 있습니다. 질환은 고령 인구에서 매우 흔해서 세계적으로 60 이상 인구의 8~9% 영향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도 65 이상 인구의 10% 이상이 초기 병변을 보입니다.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이지만 아직 완치할 있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또한 현재 시판 중인 치료제들은 대부분 속에 직접적으로 주사하는 방식이라 환자들이 공포심을 느끼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다 편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절실하지요.

Q. 그렇다면 TLR, 특히 TLR2와 TLR4는 AMD와 관련한 염증 발생에 어떤 역할을 하나요?

AMD의 진행에는 만성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TLR2는 손상된 세포에서 나오는 지질 산화 생성물에 반응해서 염증을 일으키고 AMD 환자의 망막에 혈관이 새로 자라나게 합니다. 이 혈관들은 쉽게 새고 터지기 때문에 망막 내부 구조를 손상시켜 시력을 악화시킵니다. TLR4는 드루젠(drusen)이라는 노폐물 덩어리에 의해 활성화되어 염증을 일으키고 신생혈관 형성을 유도하여 망막을 손상시킵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TLR2나 TLR4가 활성화되면 세포가 손상되고, 손상된 세포는 다시 TLR을 자극하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로 인해 속에서 지속적인 염증 상태가 유지되며 AMD악화됩니다. 따라서 TLR2나 TLR4를 조절하는 것은 AMD의 진행을 막거나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Q. 최근에는 TLR을 표적으로 하는 면역조절 펩타이드를 식별하는 연구를 진행하셨죠. 이렇듯 펩타이드를 활용하는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무엇이며, 전통적인 항염증제와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

기존의 AMD 치료제는 대부분 안구 내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입니다. 안구 내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기지 않도록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사해 출혈이나 부종을 막는 거지요. 하지만 눈에 주사를 맞는다는 건 많은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줍니다.

저희가 개발 중인 TLR 억제 펩타이드는 점안제(eye drop) 형태로 사용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펩타이드는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눈 안의 특정 조직에서만 작용하게 조절할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분해되기 때문에 부작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TLR4 같은 표적 분자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억제하지 않고도 염증만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Q. 해당 연구 결과를 임상에서 적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까요? 가까운 미래에 AMD에 대한 펩타이드 기반 치료법이 전임상 혹은 임상 시험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동물 모델을 통해 염증 억제와 시세포 보호 효과를 확인한 상태입니다. 쥐 모델에서 점안 후 안구 내 전달이 되는 것을 확인했고 염증 마커가 감소하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사람의 망막색소상피세포주를 이용해서 이 펩타이드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형태로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안에 전임상 혹은 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오늘날 전임상 AMD 연구 분야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사람과 동물 모델의 해부학적 차이입니다. 쥐에는 사람 눈에 있는 황반이 없습니다. 쥐는 야행성 동물이라 밤에 잘 볼 수 있게 진화했기 때문에, 낮에 생활하는 사람과 달리 고해상도 시야가 필요하지 않아서 구조적으로 황반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에서 나타나는 중심 시야 손실 같은 증상을 실험동물에서는 완전히 재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산화 스트레스, 염증, 신생혈관 등 주요 병리 현상은 쥐에서도 일부 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체 모델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돼지나 비인간 영장류 같은 황반 유사 구조를 가진 동물 모델을 활용하는 연구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신경과학부터 방사선 연구, 그리고 지금의 면역학에 이르기까지, 연구 배경이 무척 다양하세요. 이와 같은 다학제적 경험은 연구자님이 과학적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처음에 작업 치료학을 전공했고, 병원에서 뇌 손상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임상 일을 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회복 반응이 없는 환자분들을 보며 “내 치료가 뭔가 부족한가?”라는 자괴감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신경세포는 재생이 거의 되지 않는다’라는 깊이 알게 됐습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임상에서의 경험과 연결되니까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지요.

이후 원자력의학원에서 방사선을 이용한 항암 연구를 하면서는 다른 충격을 받았습니다. 방사선을 조사해도 죽지 않는 암세포가 있다는 실제로 보 되었거든요. 암세포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르고 주변 미세환경도 각기 달라서 반응이 제각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은 실험 후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넓은 시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경험은 새로운 분야를 마주할 때의 두려움을 줄여주고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을 연결해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회복되지 않을까?”, “왜 죽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낙담했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들이 오히려 더 깊은 탐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끝없는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가지가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멋진 연구자로 성장할 있을 것입니다.

 

임 윤 연구자님, 흥미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혁신 기술 개발을 꿈꾸는 연구자 여러분, 댓글을 통해 궁금한 점이나 앞으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알려주세요. 에디티지 인사이트가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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