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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만성 호흡기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탐구하다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EJ Jun Lee | 2025년8월14일 | 조회수 509
이세원 교수

스트레스 받거나 긴장하면 배가 아픈 경험, 있으신가요? ‘장-뇌 축’ 이론,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장관과 중추신경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장-폐 축’은 들어보셨나요? 약간은 생소한 개념인 ‘장-폐 축’이란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폐의 면역 반응과 염증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과연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가 폐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까요?

이러한 질문을 안고 해당 분야에서 연구를 선도하고 계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과 ‘장-폐 축’과 더불어,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만성 호흡기 질환의 치료 가능성, 의료계에서의 AI, 학제 간 협업, 그리고 임상과 기초 연구를 병합하는 교수님의 전략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 봤습니다.

에디티지 인터뷰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1. 작년, 만성 호흡기 질환에 관한 장내 미생물 기반 치료법을 다루는 리뷰 논문을 발표하셨는데요. 해당 분야는 학제간 연구에 큰 잠재력을 지닌 매우 새로운 연구 분야로 보입니다. 이 독특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성 호흡기 질환의 치료는 증상 완화와 악화 예방에 중점을 두지만, 질환 자체의 진행을 막거나 완치로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임상에서 COPD 천식 환자를 오래 진료하면서 기존 치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전공의 시절부터 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심각한 폐 기능 저하를 겪는 사람이 있고 비교적 정상에 가깝게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현상이 흥미롭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러한susceptible smoker(취약 흡연자)개념은 COPD 연구에서 중요한 화두였고, 질환의 발병은 개개인의 단순한 흡연량만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운동 습관, 식이 패턴, 유전적 요인, 미세먼지나 대기오염 같은 환경오염, 심지어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점을 활용하여 질병의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중 식이 패턴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한 것이 미생물과 면역의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장-폐 축(gut-lung axis) 개념은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폐의 면역 반응과 염증 조절에 영향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섬유질 섭취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투여 흡연으로 유도된 염증을 완화하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경험을 통해 미생물 기반 치료가 단순한 보조 요법을 넘어 환경·유전적 요인과 함께 개개인의 질환 감수성을 조절하는 핵심 축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만성호흡기 질환 COPD나 천식에서 식이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는데, 장-폐 축과 관련한 지식을 활용하면 병의 기전을 이해할 뿐 아니라 환자에게 유리한 식단 추천도 가능하여 궁극적으로 병의 진행을 막고 장기 예후를 좋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리뷰 논문에서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치료법을 논의하셨는데요. 각 방법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각각의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모두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절해 면역 반응을 바꾸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먼저 프리바이오틱스 그대로유익균의 먹이역할을 하는 성분입니다. 갈락토올리고당(GOS), 이눌린, 식이섬유처럼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이고, 실제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혹은 유산균 제품에 포함된 형태로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이렇듯 시판 약품 외에 식이요법의 형태로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방법입니다. 성분들은 장내에서 유익균을 통해 발효되어 미생물의 대사산물을 만드는데, 섬유질의 대표적인 대사산물인 단쇄지방산(SCFA)은 면역세포 기능을 조절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역학 연구에서도 식이섬유 섭취가 높은 사람은 COPD 발생 위험이 의미 있게 낮았다는 결과가 있고, 저희가 진행한 동물실험에서도 섬유질이 풍부한 식이가 흡연 유발 폐기종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장점은 비교적 안전하고 실천이 쉽다는 점이지만, 단점은 장기간의 섭취가 있어야 효과가 나타나고 개인별 반응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살아 있는 유익균을 직접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장내에서 유해균을 억제하고 점막을 강화하며, 동시에 항염증 작용을 하는 대사 산물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흔히 알려진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균주가 대표적입니다. 연구에서는 특정 균주를 투여했을 천식 모델에서 알레르기성 기도 염증이 줄고, COPD 모델에서는 손상이 완화되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장점은 목표 효과를 직접적으로 기대할 있다는 점이고, 균주를 유전자 변형해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다만, 위산이나 담즙으로 인해 균이 살아서 장까지 도달하기 어렵고, 사람마다 효과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과제입니다. 또, 미생물의 1차적인 효과 외에 다른 미생물의 변화를 통한 2차, 3차 효과 등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바이오틱스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을 직접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단쇄지방산인데, 물질들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있는 GPR43 같은 수용체를 자극해 염증을 줄이고 면역 균형을 회복합니다. 저희가 진행한 흡연 유발 폐기종 동물실험에서는 아세테이트와 프로피오네이트 같은 SCFA 투여했을 폐포 파괴가 줄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감소했습니다.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장점은 안전성이 높고 저장·운송이 쉬워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다양성 자체를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가지 방법은 각각 강점과 약점이 있어서, 앞으로는 프리바이오틱스 기반 식이요법에 프로바이오틱스나 포스트바이오틱스를 병합하는 맞춤형 접근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3. 미생물이 특히 천식, COPD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응하는 새로운 치료법에서 유망한 분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이유는 현재의 치료법이 질환의 근본적인 진행을 막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COPD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중 상위권에 속하는 질환이지만, 지금 사용되는 흡입제 치료는 증상 조절과 악화 예방이 목적일 뿐, 질환의 자연 경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천식도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제제나 스테로이드 치료가 효과적인 환자군이 있지만, 스테로이드 저항성이나 Th2-low phenotype 같은 아형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대안이 없습니다. 결국 미생물 기반 치료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현재의 표준적인 치료가 증상 완화 중심적이며, 근본적인 치료법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번째 이유는 이들 질환이 면역과 염증 반응에 깊이 관여하는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COPD 천식은 단순한 기계적 문제나 감염의 결과가 아니라 복잡한 면역 조절 이상과 염증 네트워크의 결과입니다. 특히 COPD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이상이 관여하고, 천식은 Th2 경로나 Th17 경로 특정 면역 반응 패턴이 특징적입니다. 미생물은 장에서 생성하는 대사산물을 통해 전신 면역을 조절할 있으며, 이런 면역 조절 효과는 기존 약물과 다른 작용 기전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물실험에서 이미 미생물 기반 접근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는 점 중요합니다. 저희 연구를 포함한 여러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섬유질 섭취나 프로바이오틱스로 조절하면 흡연으로 유도한 폐기종에서 폐포 파괴가 줄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 알레르기성 천식 모델에서 SCFA(단쇄지방산) 투여하거나 특정 균주를 경구로 투여했을 기도 염증이 줄어드는 효과도 보고되었습니다. , 전임상 단계에서 이미 가능성이 증명된 접근법이기 때문에 향후 임상 연구로 이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생물 기반 치료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면역 조절을 통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4. 미생물 기반 치료법이 만성 호흡기 질환의 기존 치료법과 오는 5~10년 내 어떻게 통합되리라 전망하시나요?

단기간 내에 기존 치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향후 5~10 안에 미생물 기반 치료는 기존 약제와 보완적·통합적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COPD 환자의 표준 치료는 여전히 흡입제 중심이겠지만, 여기에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나 섬유질 기반의 프리바이오틱스 혹은 포스트바이오틱스가 보조적으로 사용되어 염증을 줄이고 면역 균형을 조절하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천식의 경우, 스테로이드나 생물학적 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Th2-low phenotype 환자에게는 면역 조절을 목표로 한 미생물 기반 치료가 새로운 선택지 있습니다.

나아가, 향후에는 환자의 표현형(phenotype)과 엔도타입(endotype)에 따라 맞춤형으로 미생물 치료를 설계하는 시대가 것입니다. 예를 들어, Th2-high 천식 환자에게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섬유질 기반 접근이 도움이 있고, Th2-low 천식이나 흡연 관련 COPD처럼 염증 경로가 다르고 기존 약물 반응이 낮은 경우에는 특정 균주 투여나 SCFA 보충 같은 타깃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 프로파일을 분석해 어떤 프리·프로바이오틱스 조합이 효과적인지 예측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결국표준화된 하나의 요법 아니라, 환자의 미생물 생태, 유전자, 생활 습관까지 고려한 맞춤형 조합 임상에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미생물 기반 치료는 기존 치료와의경쟁 아니라 상호 보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흡입제, 항염증제, 면역조절제와 병행하면서 악화 위험을 낮추고, 부작용을 줄이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약물 용량을 줄이는 전략으로 임상 현장에 자리 잡게 것입니다.

 

5. 최근 인공지능(AI)은 모든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인데요. 앞으로 맞춤형 의료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리라고 예상하시나요? AI가 호흡기 질환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AI 이미 다양한 의료 영역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영상 분석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CT 흉부 X선에서 결절을 탐지하거나 COPD 심각도를 정량화함에 있어 AI 의사의 시각을 보완해 진단 정확도를 높여주고 방대한 데이터에서 인간이 놓칠 있는 패턴을 찾아냅니다. ,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결합해 악화 가능성을 예측하거 치료 반응 예측 모델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COPD 환자가 특정 흡입제나 생물학적 제제에 반응할지를 사전에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죠.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해석하고, 거기에 따라 최적의 미생물 치료를 추천하는 영역에서는 아직 큰 한계가 있습니다. 이유는 가지입니다. 첫째,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자체가 변동성이 크고, 환경·식이·유전자·약물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성이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AI 본질적으로 기존의 지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도구입니다. 결국 AI가 내놓는 결과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식의 총합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창의성은 아직 인간 연구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는 AI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생활 습관, 환경 노출 정보까지 통합 분석해 특정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프리바이오틱스나 프로바이오틱스 조합을 제안하는 시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에서도 임상의의 전문 지식과 비판적 판단은 필수적입니다. AI결정자 아니라보조자로서 역할을 하게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의사와 AI의 협력 환자 맞춤 치료를 완성할 핵심 열쇠가 것입니다.

 

6. 학제 간 연구에는 협력이 필요하죠. 데이터 분석가, 미생물 전문가, 분자 생물학자, 혹은 컴퓨터 과학자 등 의료 외 분야의 전문가들과 과학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타분야의 연구에 참여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국제 학회에 참석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전형적인 융합 학문입니다. 임상 데이터만으로는 답을 얻을 없고, 바이오인포매틱스, 통계학, 분자생물학, 심지어 AI 기술까지 함께해야 의미 있는 결론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결될 것인가 연구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국제 학회와 워크숍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호흡기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이크로바이옴 학회나 대사체 면역 학회 등의 다양한 심포지엄에도 참석해 다른 연구자의 연구를 경청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려 노력합니다. 자리에서 만난 연구자들과 작은 공동 프로젝트 시작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점차 과제를 함께할 있죠.

여기에서는 명확한 역할 분담과 투명한 의사소통이 중요합니다. 각자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의 목표, 저자 기준, 데이터 공유 원칙을 초기 단계에서 합의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를 소홀히 한 탓에 협력이 갈등으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물론 협력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연구 우선순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전문가 동료를 만나 학문끼리 융합하는 것이 결국 좋은 연구의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한 분야의 깊이만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많은데, 저는 그 답을 자주 협력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연구도누구와 함께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믿을 있는 동료를 찾고, 함께 성장하며 생긴 신뢰는 연구 발전에 최고의 자산이 됩니다.

 

7. 교수님의 연구는 임상과 기초 과학을 연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분야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교수님의 전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초기 경력 연구자들은 기술적 전문성, 네트워킹, 출판 전략 중 어디에 먼저 집중해야 할까요?

저는 임상에서 질문을 찾고, 임상에서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기초에서 확인하려 노력했습니다. 실제 진료를 보다 보면 수많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흡연량이 비슷한데 어떤 환자는 빠르게 폐 기능이 나빠지고, 어떤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염증성 장질환이라는 장내 만성질환이 생기면 COPD가 증가할까? 어릴 때 항생제를 복용하면 천식의 유병률이 증가할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해, 단순히 역학 차트 리뷰나 임상 데이터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동물 모델과 세포 실험을 통해 그 기전을 탐구하면 연구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도 처음에는 COPD 환자군을 분석하는 임상 연구로 시작했지만, 이후 동물 실험을 통해 - 축과 면역 기전을 확인하면서 그 깊이를 더하고, 연구의 수준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초기 연구자가 중견 연구자로 성장하려면, 본인 연구의 기술적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기초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통계 분석, 오믹스(omics) 데이터 해석, 영상 분석 본인만의 확고한 강점이 있어야 협력자도 찾기 쉽습니다. 기술이 없으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력이 떨어지고, 결국 연구가 멈춥니다. 따라서 저는 단계에서 기술을 확보하고, 작은 프로젝트라도 끝까지 완성해 논문을 발표하는 경험을 하기를 권합니다. 좋은 논문을 출판하고, 연구 경험이 쌓이면 그때부터 네트워킹을 넓히고 협력자를 찾는 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연구는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하려고 하지 말고, 임상에서의 의미 있는 질문 → 자신의 강점을 살린 데이터 분석 → 출판 → 협력 확장이라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10년을 바라보며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치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연구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8. 국내 최고 기관과 해외 대학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쌓으셨는데요. 연구자이자 의사로 경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여러 일이 떠오르지만, 해외 연수에서 귀국해서 제가 주로 진료하던 질환에 대한 좋은 동물 모델을 직접 구축하고 이를 통해 만족할 만한 실험 결과를 얻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흡연 유발 폐기종 모델을 한 가지 형태에 그치지 않고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축했고, 염증 조절 및 장과의 연관성 모델을 만드는 등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결국 재현성 높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같이 고생한 연구원들에게 큰 감사를 느낍니다.

하나 기억에 남는 점은, 제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바이옴은 호흡기 분야에서는 생소한 주제였다는 사실입니다. ‘- 축’ 개념을 호흡기 질환에 접목해 치료와 기전 규명에 활용해 보고 싶었지만, 초기에는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고 연구비 신청에서 10번 가까이 거절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힘들었지만 다행히 점차 관련 연구 결과가 쌓였고, 최근에는 개념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면서 제가 처음 가졌던 문제의식이 옳았음을 확인했고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들은 결국 좋은 논문으로 이어졌고, 초기에 주목하지 않던 만성호흡기질환, 장-폐 축,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을 규명 있었다는 점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개념이 제가 연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행이 되기도 했지만, 초기에 연구비 지원이 잘되지 않는 등의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지속한 덕분에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9. 모든 일에는 도전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학술적 경력을 쌓아 오시면서 마주한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있었다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이를 극복한 방법을 소개해 주세요. 현재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연구자의 길에서 어려움은 피할 없습니다. 사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공부할 , 전공의 시절에도, 교수로서 연구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주제를 시도할 때마다 장벽을 마주합니다. 연구비가 부족하거나,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을 받거나, 실험이 실패할 좌절하는 것은 누구나 겪는 과정입니다. 저도 10년 전 초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하며 치료에 적용하겠다고 했을 때 이게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 많이 받았고, 연구비 지원을 신청해도 여러 차례 거절당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그때까지의 여러 연구와 학회에서 들은 내용으로 바탕으로 판단할 때 분명 더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 믿고 계속 놓지 않고 붙잡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많은 연구자가 분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연구자는 너무 잘하고 계셔서 따로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살아보니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더군요. 연구의 본질은 새로운 질문을 찾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는 도전을 해야 합니다. 그러한 도전을 마주하면 저 역시 늘 두려움을 느낍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혼자 모든 걸 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협력을 통해 채우는 전략을 취하세요. 처음에는 기술을 익혀 작은 프로젝트라도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좋은 협력자를 만날 기회가 생기고, 연구의 폭도 넓어지리라 생각합니다.

 

10. 교수님의 경력과 연구에서 영감을 받을 초기 경력 연구자 및 호흡기 내과를 지망하는 미래의 의사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연구자의 길을 걷다 보면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굳이 한 분을 꼽으라면 미국에서 연수할 때 만났던 강민종 교수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저는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힘든 실험을 하느라 ‘한국 가면 실험은 다시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연구자의 길을 택한 강민종 교수님과 여러 이야기를 하며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후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 옆에서 묵묵히 힘든 실험을 감당해 주는 우리 연구원들에게도 정말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분들이 없다면 지금의 연구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구는 고난과 기쁨의 연속입니다. 어쩌면 고난과 고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잠깐 마주치는 기쁨으로 그 모든 고난을 잊는 것 같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느낀 의문들의 일부가 실험실에서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되면 힘든 연구의 과정을 이어간 데 가치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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