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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 “공동연구 경험 소중, 여유있는 연구 환경 필요”

이주현 | 2022년7월13일 | 조회수 577
한국계 수학자 허준이 교수, 첫 필즈상 쾌거

지난 7월 5일, 국제 수학 연맹(IMU,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은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2022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고,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4명의 수상자 가운데, 한국계 수학자가 최초로 수상의 영광을 안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올해 39살인 허준이 교수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입니다. 필즈상은 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며, 4년 마다 한 번  40세 미만의 수학자 가운데 중요한 공헌을 한 2~4인에게 수여합니다.

허준이 교수는 1968년 제기된 수학계 난제 가운데 하나인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10여 개의 수학 난제들을 증명하고, 대수 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필즈상 수상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허 교수는 학창시절 수학 성적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때 시인을 꿈꾸며 자퇴하고,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물리천문학에서 공부한 이력 역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수학을 다시 발견한 것은 대학 마지막 해인 23살 때였습니다. 당시 1970년 필즈상을 수상한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서울대 초빙교수로 대수기하학 강의를 하고 있었고, 허 교수는 이 수업을 통해 아름다움과 진실함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시(詩)가 아닌 수학을 통해 이어갈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수학 공동 연구의 성과, 더 멀리 가고 깊이 들어갈 수 있어

허 교수는 수상 이후 가진 언론브리핑인터뷰를 통해 "현대 수학에는 공동연구가 굉장히 활발해졌다. 혼자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효용성의 측면 뿐 아니라,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경험이 수학 연구자에게는 큰 즐거움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집단지성이라는 게 무서워서 한 사람이 막히더라도 '이러이러한 이유에서 막혔어. 나는 더는 여기에서 나아가지 못하겠어'라고 옆 사람에게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옆 사람이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 똑같은 얘기를 그냥 서로에게 들려줬다가 되돌려받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굉장히 신비하게도 원래는 없는 정보량이 굉장히 불어나 어느 순간에 새로운 정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수학 연구에서 공동연구와 협업의 의미를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허준이 교수에 대해 “한국 교육이 이룬 성취”가 아니라 “한국 교육이 이룬 ‘예외적’ 성취” 라는 평가에 대해서 귀국 후,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항상 쉽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가치 있는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해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는 데 사용하기 때문 (…) 그런 걱정 없이 자기 마음이 가고 흥미가 가는 대로 거침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사회의 어른들이 좋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젊은 수학자들이 마음에 부담을 느껴서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즐거움을 좇으면서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며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 환경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여성 수학자 '마리나 비아조프스카'도 필즈상 수상

올해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는 우크라이나 출신 마리나 비아조프스카(Maryna Viazovska) 로잔 연방 공과대학 교수가 포함되어 역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의 한가운데에 필즈상 받은 우크라이나 수학자라는 점과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필즈상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세계수학자대회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소가 헬싱키로 변경된 바 있기도 합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놨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순간에만 잠시나마 고통과 두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러시아의 하르키우 폭격으로 지난 3월 사망한 21세의 우크라이나 여성 수학자 율리아 즈다노프스카(Yulia Zdanovska)에게 애도를 표하며, "젊은이들의 죽음은 미래의 죽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올해 필즈상은 허준이 교수와 비아조프스카 교수와 함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위고 뒤미닐 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 교수가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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