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던 7살짜리 소녀 에밀리 화이트헤드(Emily Whitehead)는 수차례의 항암화학요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남은 방법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에밀리과 가족은 실험적인 치료법인 CAR-T 세포 치료를 시도하겠다는 용감한 결정을 내렸죠. 에밀리는 해당 치료를 받은 최초의 어린이였습니다. 그리고 치료는 기적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에밀리의 암은 관해되었고, 에밀리의 회복 사례는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대중, 언론, 제약 업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노바티스(Novartis)는 CAR-T 연구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올렸으며, 이는 결국 최초의 CAR-T 세포 치료제의 개발과 최종 승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과학적 사실에만 이목이 쏠린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집중한 건 에밀리의 이야기였죠. 생각해 봅시다. 임상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에밀리의 이야기가 돋보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얼굴과 목소리,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텔링이 생물의학 연구에서 중요한 이유
에밀리의 사례는 단순히 의료계에서의 놀라운 사건이 아닙니다. 강력한 과학이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죠. 생물의학 연구는 흥미로운 분야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해당 분야 외의 사람들에게는 복잡하고 기술적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익숙지 않은 용어, 복잡한 방법론, 층층이 쌓인 데이터 구조 등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죠. 그러나 같은 연구를 명확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감싸면 갑자기 연결점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죠. 이해하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죠.
스토리텔링은 실험실과 실제 영향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을 단순화하거나 엄격한 기준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정보를 구조화하는 겁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데이터만 전달되는 것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접한 정보를 더 잘 기억합니다. 대중의 신뢰, 자금 지원, 정책 결정이 이해도에 달려 있는 분야에서 이는 무척 중요합니다. 즉, 스토리텔링은 형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능의 문제죠.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을 연구하는 생물의학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이들이 그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죠.
생물의학 연구자들이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법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는 대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연구 커뮤니케이션에서 스토리텔링을 명확하게, 목적을 가지고, 영향력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1. 대상층에 맞도록 이야기를 구성하세요.
좋은 스토리텔링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그렇듯, 연구에서도 누구로 대상으로 이야기하는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이 이야기 전달 방식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인식을 제고시키고 싶은가요, 논문을 출판하고 싶은가요? 자금 지원을 받고 싶은가요,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싶나요? 각 목표에는 다른 포커스가 필요합니다. 두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고민해 보세요.
‘스토리를 전달하는 대상이 누구인가?’
‘그들이 무엇을 이해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가?’
예컨대, 대상이 정책 입안자라면 비용 절감과 공공의 영향에 관심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보조금 심사위원이라면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을 보고 싶어 하겠죠. 연구 자체는 같아도,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야 합니다.
(예) 만약 희귀 질환의 진단 개선을 정책 입안자에게 제시하려 한다면, 이런 프레임워크를 설정할 수 있을 겁니다. “진단 지연은 매년 의료 시스템에 수십억 원의 비용을 야기합니다. 저희 연구는 이러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중에게는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죠. “희귀 질환 환자들은 종종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저희는 더 빠른 진단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 “왜”에서 시작하세요.
방법이나 기술적인 세부 사항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의 틀을 짜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이 연구가 시작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고민해 보세요.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마케팅 담당자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제품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해 보세요. 이들은 코드나 시장 분석으로 시작하는 대신 ‘이게 문제입니다. 저희는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라며 문제점을 제시하며 시작합니다. 연구 커뮤니케이션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이고, 피부에 다가오는 문제나 필요에 대한 대응으로 여러분의 연구를 설명하세요.
(예) “저희는 새롭게 합성된 화합물의 항균 특성을 연구했습니다.”
어떻게 들리나요? 이렇게 바꿔 보죠.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이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감염 질환에 걸립니다. 저희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하는 세균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무엇이 더 다가오나요?
3. 매력적인 내러티브 라인을 생성하세요.
연구는 단순히 방법론과 결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여정이자 과정이죠. 사람들은 과정을 이해합니다. 모든 요소를 매력적인 선으로 연결해 보세요. 예를 들면, 명확한 시작과 중간, 끝이 있는 이야기로 연구를 설명하면 사람들이 따라가고, 공감하며, 기억하기 쉬워집니다. 자,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이미 알려진 사실로 시작하면서,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지식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과학 버전이라고 해 두죠. 이것이 통하는 건 인간이 이런 방식으로 정보를 이해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예) “본 연구는 다양한 철분 보충제가 흡수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습니다.” 대신에 이렇게 적어 봅시다. “빈혈은 전 세계 임신 여성의 36%에 영향을 미치며, 이중 약 40%는 철분 결핍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우리는 세 가지 유형의 철분 보충제를 테스트하여 그중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율을 개선하는지 확인했으며, 그중 하나가 확실히 돋보였습니다.”
4. 과학에 인간적 요소를 더하세요.
연구 결과 자체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실생활과는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포인트는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감정이 더해진 스토리는 태도를 변화시키고 심지어 사람들이 정보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연구의 인간적 측면을 강조할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보여 줍니다. 스토리에 인간적 요소를 더하면 단순히 사실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체감하기 때문에 건강 관련 정보가 기억에 더 남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윤리적으로만 활용되면 짧막한 환자 사례나 돌봄 제공자의 말, 연구자의 개인적 동기도 잠재적 위험을 더 실질적으로 느끼게 하고, 과제에 대한 공감도를 높이며, 해결책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 “본 연구는 모바일 당뇨병 앱의 관리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대신 “당뇨병 관리는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꾸준한 모니터링과 식사 계획,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부담을 덜어주도록 설계된 새로운 앱을 테스트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처음으로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는 실제로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었고, 피드백은 그 이유를 알려 주었죠.’
<Journal of Science Communication>에서 말했듯,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사람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겁니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생물의학 연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강력한 스토리는 연구자님의 연구를 빛나게 할 수도 있지만, 절대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과대포장 하지 않고, 한계를 투명하게 밝히며, 데이터가 실제로 보여주는 것에 스토리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잘 구성되면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복잡한 개념을 대중에게 풀어서 설명하여 연구자님의 연구 가치를 이해하도록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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