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문제가 당신을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경험하는 것뿐입니다. 비를 맞으며 걸을 때 그 비를 느끼지만 당신이 그 비인 것은 아닙니다.”
- 매트 헤이그, 《살아야 할 이유》 저자 -ㄴ
학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정신 건강 문제가 그리 드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문제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며, 학계 종사자들은 교육 과정 중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며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일부 학생은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계 경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도 나타납니다. 최근 한 인도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70%가 중등도 이상의 불안감을 보고했으며, 약 60%는 우울증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비단 학생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교직원과 교수진도 비슷한 영향을 받습니다. 정신 건강 문제가 그저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정신적으로 취약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이미 보고되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 건강은 특히 박사 과정 중에 악화되며, 약물 복용은 학위 과정 중 크게 늘었다가 졸업 후에는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하죠. 이러한 패턴은 학생들의 상태보다 박사 과정에 내재한 구조적 요소 자체가 위기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임을 시사하며, 대학원 과정 운영 방식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이 시급함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우려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많은 이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죠. 왜일까요? 지난 2025년 10월 10일은 세계 정신 건강의 날이었죠. 이를 맞아 학자들이 정신 건강을 위한 지원을 받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려 합니다.
1. 낙인, 그리고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 부족 – 정신 건강과 관련해 찍히는 낙인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학계처럼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약점으로 보일까 걱정할 수 있습니다. 혹은 동료들에 의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죠.
2. 제한적인 제도적 지원 – 모든 기관이나 대학에서 접근성이 좋거나, 비밀이 보장되거나, 전문적인 정신 건강 지원을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지원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실제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도움을 구하는 학생들은 오랜 대기 기간, 간단하거나 보편적인 개입, 연구 생활의 특정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원 등의 문제에 직면하곤 하죠. 특히 박사 과정 학생들은 재정적 불안정성, 게재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 오랜 기간에 걸친 고립 등, 실제적인 현실을 다루는 지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3. 시간 제약 – 연구자든 교수든, 모든 학계 종사자는 연구, 교육, 행정과 관련한 여러 책임과 마감일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이러한 지원을 받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결국 정신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죠.
4. 학계의 문화 – 과로와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영광의 상징으로 미화되기도 합니다. 이는 고생이 내 직업의 일부라는 생각을 더 굳어지게 만들죠. 이러한 환경에서 정신 건강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직접적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따라서 많은 이가 지원을 받기보다는 묵묵히 견디는 길을 선택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성과를 내고, 좋은 인상을 남기며, 중대한 발견을 해야 한다는 압박은 계속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가면 증후군과 자기 회의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관이 아래와 같은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정신적 안녕을 대학 생활의 일부로 고려한다면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1. 캠퍼스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는 데 따르는 부끄러움은 학생이 지원을 찾고자 할 때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기관에서는 정신 건강을 일상적인 캠퍼스 대 상호작용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학 차원에서 내놓는 메시지나 디지털 플랫폼, 강의실 환경, 동아리, 단체 등, 가능한 모든 접점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심리적 건강이 일상적인 캠퍼스 생활의 일부임을 꾸준히 보고 접한다면, 이는 숨겨야 하는 문제가 아닌 일상적인 주제가 됩니다. 전략적으로 소통한다면 기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여 학생이 리소스를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2. 캠퍼스 내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합니다.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학생은 물론 교수, 교직원의 의견이 모두 필요합니다.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의견 청취 세션을 마련하여 다양한 집단의 서로 다른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피드백 반영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감으로써 효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내 의견이 경청된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해당 리소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3. 정신 건강 지원 프로그램의 제공 방식을 재구성합니다. 정신 건강 지원은 단순히 상담 제공과 같은 하나의 방식으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개인의 상황과 위치에 맞춰 제공되어야 하죠. 이를테면, 위기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포괄적인 임상 관리를 받고, 학업적, 사회적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역량 향상 워크숍, 집단 프로그램, 동료 주도 지원 네트워크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4. 조기 경고 신호를 포착할 수 있도록 교수의 역량을 강화합니다. 적절한 교육과 준비를 통해 학생의 고통을 암시하는 행동 변화를 인식하도록 교수의 역량을 강화합니다. 임상 전문의가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려되는 패턴을 인지하고 학생을 적합한 지원 프로그램에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5. 유연한 학위 취득 과정을 구축합니다. 수업 운영 방식을 조금만 조정해도 학생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요구사항을 조율할 수 있도록 제출 기한을 연장하거나, 합리적인 시간대로 마감 시간을 설정하거나, 가능하다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과제와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죠. 고립감을 줄일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정신 건강 휴식 시간이나 활동을 도입한 사례도 있습니다.
6. 집단 지원 체계를 활용합니다. 사회적 연결이 정신적 안녕의 핵심임을 인식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기관에서는 특정 문제(사회 불안, 트라우마, 섭식장애 등)에 대한 체계적인 기관 차원의 개입과 더불어, 임상 환경을 꺼리는 학생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일상적인 캠퍼스 공간에서의 비공식적인 모임을 독려할 수 있습니다. 대학 단독으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지역사회나 외부 단체와 협력하여 지원을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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