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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강제적 인용(Coercive Citation) 요청을 구분하는 방법

케이븐 매클로플린 | 2017년11월26일 | 조회수 12,841
편집자의 강제적 인용(Coercive Citation) 요청을 구분하는 방법

학술계의 부정행위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몇몇 과학자들 소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과학적 무결성에 대한 논평은 지난 10년 동안 유명 신문, 블로그, 공개 토론회 등에서 이루어져 왔으나, 오히려 그동안 과학적 노력의 정직성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학문의 사다리를 더 빨리 올라가기 위해 비도덕적 행위에 가담합니다. 대학이 더 자주 출판하는 사람과 주요 기여자로 인정받는 학자, 즉 인용 횟수가 높은 학자들을 우대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학들은 권위 있는 저널에 출판하는 저자들에게 현금 수당을 지급했는데, 이로 인해 몇몇 저자가 편법을 이용해 제도를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만 조작에 가담하는 건 아닙니다. 편집 차원에서의 부정행위 또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집 부정행위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인용 조작을 들 수 있습니다.

강압적인 편집 관행의 원인

Impact Factor를 이용해 저널의 순위와 권위를 수치화하면서부터, 편집자에 의한 인용 조작 행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지표는 논문이 출판된 후 다른 저널에 참고 문헌으로 실린 횟수를 수량화하여 해당 논문이 학술 문헌에 얼마나 인용되고 있는지를 측정합니다. 편집자는 그들 저널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 다른 논문이 타 저널에 게재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편집자들이 찾아낸 방법이 바로 저자들에게 해당 저널의 다른 논문을 인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Impact Factor를 높여서 저널의 가시성을 증대하고자 하는 편집자들은 그들 저널에 논문을 투고한 신규 저자들에게 부적절한 인용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게재 승인이나 거절 결정 전 단계에서는 편집자의 요구가 저자에게는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편집자가 저자에게 ‘만약 우리 저널의 논문을 인용하면 논문이 게재될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뉘앙스만 넌지시 풍겨도 저자에게는 ‘추천한 논문을 인용해 주면 논문 게재를 승인해 주겠다’ 와 같은 ‘거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강압적 편집 관행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 편집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저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인용 추천은 전부 강제적일까?

먼저, 논문에 참고 문헌을 쓰는 이유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인용은 연구 문제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지식적, 혹은 기술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과학은 이전 연구들로 다져진 기반 위에 세워지는 것입니다. 인용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연구 발상의 전개에서 우선순위와 순서를 확립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논문이 해당 연구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차기 연구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권위 있는 출처를 제공하여 저자의 연구가 타당하며 학술적으로 의미 있다는 것을 실체적으로 입증 및 확인해 주는 것이 인용의 역할입니다. 인용 없이 논문을 쓰는 것은 과학적 배포라는 현대 개념과도 맞지 않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편집자가 넌지시든 노골적으로든, 관계없는 논문을 추천하며 인용을 강요했을 때입니다. 편집자나 리뷰어가 모두 비도덕적 목적을 가지고 추가 인용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편집팀이 저자보다 경험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편집팀에서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이 저자의 가설에 더 힘을 실어주는 근거로 작용할지는 저자가 기민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 편집 위원이 관련 분야 연구에 정통하여 저자의 주장에 최신성을 더해주고 더 확실한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참조 문헌을 추천해줄 수도 있고, 출판 예정이지만 아직 주요 검색 엔진에 색인 되어 있지 않은 논문 중 적절한 부분을 편집자가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저자가 출판하고자 하는 저널의 ‘틈새 저널(niche journal)’에 실린 논문을 추천받았다면, 그 논문이 저자의 연구가 승인받을 자격이 있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가 저자의 시야를 넓혀주고자 저자가 잘 모르는 외국의 자료와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편집자와 리뷰어가 관련 문헌에 대해서는 저자보다 더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집자는 저자가 알지 못했던 해외 정보원에서 발행된 정보를 통해 저자의 식견을 넓히기를 원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가 강압적인 편집 관행인가의 맥락으로 돌아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편집자와 저자 사이의 거래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특히 저자가 논문이 거절될까 두려워 편집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지가 중요합니다.

모든 편집자와 리뷰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용 추천을 할 것이라는 가정은 논문의 인용 문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저자 본인이 최고 권위자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는 그 연구 주제에 대해 저자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은 논문의 내용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은 저자이기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무엇을 인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자는 저자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최종 논문에 리뷰어나 편집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인용 문헌을 선택하는 것이 편집자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저자들 또한 일말의 관련성만 있다면 본인의 이전 논문을 인용하여 글을 치장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논문을 편집자에게 추천하여 저자의 논문에 인용되도록 유도하는 리뷰어도 많은데, 이는 리뷰어 본인의 연구를 강조하여 논문의 가시성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리뷰어가 발탁된 이유가 해당 분야에 학술적 지식이 깊기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자보다는 리뷰어가 이전 연구 현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불가피하게도 본인의 연구 또한 그 연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생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이 편파적인 인용 행위에 대해서는 불확실성도 많을 뿐 아니라 책임 소재도 산재합니다.

강제적 인용과 정당한 인용 요청을 구분하는 방법

효과적인 피어 리뷰를 거쳐 논문의 품질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인용 추천과 강제적인 인용 추천을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 두 의도를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느낌을 믿는 것”입니다. 즉, 강압적인 느낌이 들면 강제 인용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강제 인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편집자나 리뷰어가 제안한 인용들이 논리적이고, 출처가 어디건 간에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편집자의 의도를 굳이 의심할 이유는 없습니다. 편집자의 발탁 기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저널이 다루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편집자가 가장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강제적인 추천에는 추가적인 인용을 통해 논문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당화나 설명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추천받은 문헌들이 모두 편집자 소속 저널에 실린 논문들이라면 편집자의 의도를 의심해 볼 만 합니다. 그러나 한 국가 내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을 국제적 저널에 투고하는 경우에는 참작 가능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편집자가 터키 청소년들의 자아상에 관한 논문을 쓴 저자에게 다른 나라의 청소년 자아상에 관한 유사 연구들을 비교하도록 추천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편집자가 유사 논문들을 참조함으로써 저자의 연구가 개선될 것이라는 합리적 이유를 들며 인용을 요청했을 때는 저자가 그 요청이 논문이 표방하는 가치에 보탬이 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면 됩니다.

편집자가 우회적인 단어를 선택했더라도, 부연 설명 없이 해당 저널에서 특정 개수의 논문을 인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주 노골적인 강제적 인용입니다. “인용하지 않으면 거절하겠다”는 메시지가 행간에서 읽힌다면 저널의 Impact Factor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강제적 인용임을 확신해도 괜찮습니다.

이제 강제적 인용 요청이 어떤 것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면 앞으로 논문에 부적절한 인용을 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이러한 요청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편집자나 리뷰어의 강제적 인용 요청에 저자가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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