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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환자 참여는 의료 연구와 논문을 어떻게 풍부하게 만드는가 – 클라린다 세레호 인터뷰

므리강카 아와티 | 2025년8월25일 | 조회수 594
환자 참여는 의학 연구와 연구 문헌을 어떻게 풍부하게 만들 수 있나 – 전문가 인터뷰

건강권은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고품질 의료 서비스라 하면 의료 인프라가 환자의 필요에 맞게 설계된 모습을 떠올릴 텐데요. 실제로 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 환자 고유의 상황과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측면에서 이는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의료 전문가가 결정하는 탑다운(top-down) 접근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환자의 참여는 의료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즉 의료 연구 계획과 연구 결과 보고로까지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료 실무에 반영되는 내용들이죠.

이에 환자 전문가인 클라린다 세레호(Clarinda Cerejo)와 인터뷰를 통해 연구 단계에서 환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의료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학술적 소통은 전통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서 다른 전문가에게 고급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었죠. 환자의 직접적 경험과 관점이 의학 문헌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죠. 특정 주제를 365일 내내 고민하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데 동의하시겠죠? 이 정의에 따르면 임상 연구에서 전문가는 바로 환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하면 의약품 개발과 관련 의학 문헌 작성에 환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게 더 확실히 다가오죠.

안타깝지만, 지난 수백 년 동안,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환자는 상당 부분 별다른 질문 없이 전문가가 제공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순한 수혜자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환자들은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많은 의학 연구 논문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이 유의미하며 중요한 전문 지식의 한 형태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죠.

의료계 역시 환자 참여가 의료 연구 및 출판물에 불러오는 가치를 직접 경험하며 인식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가 최종 소비자와 결정권자, 즉 환자에게 더 높은 관련성을 갖도록 하는 것부터, 연구 논문이 다른 과학자는 물론 환자까지 고려하여 작성되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하죠.

의료 출판물에 환자가 참여하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주요 이점은 환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출판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의료 출판문에 환자를 저자로 포함하는 것이 예외가 아닌 일반적 관행이 된다면, 학문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겠죠.

 

좋은 지적이네요. 의학 저널에서 환자 피어리뷰는 얼마나 일반적인가요? 화자가 피뷰어로 활동하기 위한 특별한 가이드라인이나 교육이 필요할까요?

환자 피어리뷰는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알맞은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의료적 의사결정에 유용한 주제를 다루는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atic review)을 출판하는 코크란(Cochrane)이 이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모든 체계적 문헌 고찰과 해당 출판 프로토콜에 “의료 소비자” (‘환자’의 다른 표현) 리뷰를 필수로 규정하고 있죠.

일부 저널, 가령 British Medical Journal(BMJ)Journal of Patient Experience의 경우, 환자 피어리뷰를 일반적인 편집 과정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저널에서는 특정 투고 문헌에 환자의 시각이 특히 도움이 된다고 에디터가 판단하는 경우 환자 피어리뷰어를 모집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저널 에디터로 참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일부 저널은 이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 혁신적인 전략들을 모색하고 있죠. 예를 들어, Research Involvement and Engagement는 환자를 공동 편집장으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환자에게 주어지는 자격 요건은 먼저 영어로 읽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 해당 논문에서 다루는 질환을 앓고 있거나 해당 질환을 앓는 환자의 보호자여야 하며, 리뷰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없어야 합니다.

학자들이 처음 피어리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교육이 있는 건 아니지만, 환자를 피어리뷰어로 초청하는 대부분의 저널은 각 논문 섹션을 리뷰하는 방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BMJ Health & Care Informatics에 올라온 ‘단계별 가이드(step-by-step guide)’는 환자 피어리뷰어에게 유용할 겁니다.

환자가 피어리뷰어로 처음 활동을 시작하면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권고사항을 의심하거나, “무식한 질문”을 할까 봐 걱정하곤 합니다. 중요한 점은, 과학자를 비롯한 모든 피어리뷰어가 처음 리뷰를 할 때는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리뷰를 더 진행할수록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의료/임상 연구자는 연구 설계와 출판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환자의 관점을 결과에 반영할 수 있을까요?

환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환자 인터뷰를 통해 연구 설계를 검토하고 개선하는 방안을 세울 수 있습니다. 환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죠.

하지만 정말 유의미한 영향을 낼 수 있도록 환자를 참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연구 저자에 포함하는 겁니다. 연구 설계 초기 단계부터 출판까지 환자를 꾸준히 참여시키는 거죠. 이 방식은 임상 연구자가 결코 상상할 수 없었을 관점을 제공할 수도 있고, 연구 내 환자 유지와 치료 지속성(adherence)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훌륭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죠. 다발성 경화증(MS)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사례인데요. 연구에서 환자들은 실물 책자를 읽도록 요구받았고 연구진은 예쁘게 디자인된 책자를 보며 아주 만족해하고 있었어요. 환자 저자가 이를 발견하고는 책자는 두 손으로 잡지 않으면 펼칠 수 없는데, 움직임에 장애가 있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한 손으로 책을 잡고 다른 손으로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인 책자 대신에 바인딩 되어서 책상 위에 펼쳐 놓고 한 손으로 넘길 수 있는 책자가 필요하다고도 말이죠.

이 사례는 환자 저자가 연구 설계와 실행해 어떤 가치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 의료 전문가, 학술 출판사가 어떻게 해야 환자와 보호자가 관련 의료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저는 중추 신경계의 희귀 자가면역 질환을 옹호하는 환자 단체인 수마이라 재단(The Sumaira Foundation)에서 일반 언어 요약(PLS)을 작성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의료 문헌과 환자 접근성 사이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제가 환자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한 제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링크드인(LinkedIn)에 작성한 포스팅에서 가져온 겁니다.

  • 문헌의 양이 너무 방대해서 연구 및 출판 분야 전문가라는 나 자신조차 검색 결과를 필터링하여 확실하고 충분한 표본 크기를 포함하는 유관 논문을 찾는 것이 어렵다. 희귀 질환에 대해서도 이런 상황이라면, 연구가 넘쳐 나는 질환 분야에서는 상황이 어떨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 환자 중심적인 연구 논문 평가 지표가 없다! 피인용수는 환자에게는 무의미하다.
  • PLS가 의학 출판 학회에서 논의된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환자 관련 논문에 대해 PLS를 출판하는 저널은 극히 드물다.
  • 오픈 액세스는 아직 한참 멀었다. 환자와 유관한 많은 연구 논문이 여전히 유료 체계에 묶여 있다. 내가 발견한 유일한 예외는 Elsevier의 환자 액세스 이니셔티브로, 환자는 편집팀에 이메일을 보내 출판물의 사본을 받을 수 있다. 여전히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언가 있기는 하다.
  • 알맞은 검색어와 검색처를 파악하고, 수많은 논문을 필터링하고, 유관 논문을 발견하고, 그것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도, 환자들은 여전히 그러한 연구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갈 길이 멀죠.

 

환자 중심 접근 방식이 의료 연구 및 출판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면 몇 가지 공유해 주시겠어요?

환자 옹호자와 환자 참여 영역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환자 참여가 보건 정책과 치료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와 개인적 경험을 많이 겪어 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임상 연구에 환자가 참여하면 아래와 같은 이점이 있죠.

  • 환자 참여가 용이하도록 연구 설계를 개선해서 환자 모집과 유지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환자 관련 결과를 파악하여 연구 설계를 지원해, 새로운 치료법의 시장 적용 승인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 연구에서 도출된 치료법의 환자 수용율을 높여 연구 후원자의 ROI(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놓여 목표 연구 분야에 대한 연구 자금 조달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참여의 광범위성과 접근 방식의 다양성으로 인해 진정한 영향력을 측정하기 어렵고 영향력 사례 연구도 드물죠.

환자 참여의 잠재적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헌 기반 예시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죠.

  • 비뇨기과 종양학에서 환자 참여는 연구 설계를 개선하고 환자의 연구 결과 적용 능력을 높인 바 있습니다.
  • 소아 뇌성나비 연구에서는 부모가 연구 설계에 참여한 경우 임상 시험 등록률과 유지율이 높아진 바 있습니다.
  • 낭섬섬유증 연구의 경우, 환자들이 의료 전문가와 협력해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개입 방법을 설계한 바 있습니다.

 

학계와 학술 출판, 의료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제는 환자 옹호 및 소통 분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분으로서, 이 주제에 관한 나름의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중요한 교훈이 있나요?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을 발견했는데요.

학계와 출판 분야의 경우, 오픈 액세스 운동은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연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의료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경우, 일반 언어 요약(PLS)과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출판 형식으로의 전환이 해당 연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접근성 확대라는 동일한 목표에 기반을 두고 있죠. 마찬가지로, 환자 참여 운동은 환자들이 자신을 위한 약물과 도구 개발 과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합니다.

환자들은 보이는 것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로서의 경험 외에도 다양한 전문적

새로운 세상은 더 개방적이고 협업하는 세상입니다. 학자들이 상아탑에서 나오고 출판사가 유료화 장벽(paywall)을 깨도록 장려되는 것과 같이, 제약 및 의료 전문가도 권력 균형을 다시 조정하고 정보를 접한 환자의 전문성이 위협이 아닌 도움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환자 참여를 이미 수용한 의료 전문가 및 의학 출판 전문가 들은 이미 그 가치를 인식했으며, 이를 전파하는 전도사가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겠죠.

 

클라린다 세레호는 희귀 질환 환자이면서 EUPATI 인증 환자 전문가, 수마이라 재단(The Sumaira Foundation) 인도 대사, 코크란 일반인 리뷰어(Cochrane Consumer Reviewer), 스탠포드 인증 디자인 씽커(Design Thinker)입니다. 글로벌 환자 옹호 연합(Global Patient Advocacy Coalition, GPAC)의 이사회 멤버이자, 희귀 질환 연구 네트워크(CAMrare와 환자 주도 연구 허브의 협력 프로젝트)의 관리 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계 환자/관계자 소통 및 참여 관련 자문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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