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투고한 뒤 심사 의견을 받는 순간은 연구자에게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찾아오는 시점입니다. 특히 한 심사위원은 분석을 추가하라고 요구하고 다른 심사위원은 원고를 간결하게 줄이라고 제안하는 경우처럼, 서로 충돌하는 의견을 받으면 어떤 요청을 따라야 할지 막막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반된 코멘트가 반드시 심사 과정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독자가 같은 원고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의견을 기계적으로 수용하거나 어느 한쪽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목적과 근거, 저널의 범위, 편집자의 지침을 기준으로 논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다음 세 단계는 초기 연구자가 논문 리뷰(paper review)와 피어 리뷰(peer review)에 대응하면서 원고를 효과적으로 수정하고 명확한 답변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충돌하는 의견의 핵심을 먼저 구분하라
심사 의견이 서로 다르게 보일 때는 문장 자체보다 각 의견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한 심사위원이 추가 실험을 요청하고 다른 심사위원이 현재 결과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 두 의견의 차이는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연구 질문의 범위와 증거 수준에 대한 판단 차이일 수 있습니다. 먼저 모든 코멘트를 표로 정리하고 각 의견을 연구의 타당성, 분석 방법, 결과 해석, 논문 구성, 문장 표현, 형식과 같은 범주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의견과 서로 다른 부분을 지적한 의견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1) 편집자의 결정문을 우선적으로 확인하세요
심사위원의 의견이 충돌할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편집자의 결정문입니다. 편집자는 여러 심사 의견을 종합해 논문 수정(manuscript revision)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편집자가 특정 실험이나 분석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면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반대로 선택적 보완으로 언급했다면 연구자가 학술적 근거를 들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습니다. 결정문이 모호하다면 답변서에서 판단 기준을 분명히 밝히고, 필요할 경우 편집자에게 정중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연구 질문과 핵심 주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세요
어떤 의견을 수용할지는 그 수정이 연구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연구의 핵심 결론을 뒷받침하는 분석이 부족하다면 추가 분석을 우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청된 수정이 연구 범위를 크게 벗어나거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에 가까운 경우에는 반드시 모두 수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때 단순히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하기보다, 해당 요청이 현재 연구의 목적과 어떻게 다른지, 기존 데이터로 어느 범위까지 답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3) 공통으로 지적된 문제는 최우선으로 수정하세요
표현은 다르더라도 여러 심사위원이 같은 부분에서 혼란을 느꼈다면 그 지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심사위원은 연구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하고 다른 심사위원은 결론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면, 두 의견은 핵심 주장과 근거의 연결이 약하다는 공통 문제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서론의 연구 질문을 명확히 하고 결과와 고찰에서 주장 범위를 조정하면 두 의견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2. 수용할 의견과 수용하기 어려운 의견을 근거로 구분하라
심사 의견에 대한 대응은 ‘수용’과 ‘거부’의 단순한 선택이 아닙니다. 전면 수용, 부분 수용, 대안적 수정, 근거를 제시한 비수용 등 여러 방식이 가능합니다. 먼저 연구의 정확성과 재현성을 높이는 요청, 잘못된 분석이나 불명확한 설명을 바로잡는 요청, 독자가 결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정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서로 모순되는 요구를 동시에 반영하면 논문의 논리가 더 약해질 수 있으므로, 핵심 연구 목적과 저널 독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 1이 결과 설명을 확대하라고 하고 심사위원 2가 본문을 줄이라고 했다면, 핵심 결과의 해석은 본문에서 보강하되 부수적인 분석이나 반복 설명은 보충자료로 옮기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한 의견을 선택하고 다른 의견을 무시하는 대신, 두 심사위원의 우려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제3의 수정안을 찾는 것입니다. 추가 실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기존 자료를 재분석하거나, 연구의 한계를 고찰에 명시하거나, 결론의 표현을 완화하는 대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정 결정을 내릴 때는 각 코멘트에 대해 ‘문제의 핵심’, ‘수용 여부’, ‘판단 근거’, ‘실제 수정 내용’, ‘원고 위치’를 기록한 대응표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표는 논문 수정 과정에서 누락을 막아 주며 공저자들과 판단 기준을 공유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결정의 기준은 연구자의 편의가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 독자의 이해, 원고의 일관성이어야 합니다.
3. 답변서는 정중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라
좋은 답변서는 심사위원을 설득하기 위한 반박문이 아니라, 의견을 이해하고 원고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보여 주는 기록입니다. 모든 코멘트에 번호를 붙이고 심사 의견을 인용한 뒤, 그 아래에 답변과 수정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이 가장 명확합니다. 답변의 첫 문장에서는 의견의 취지를 인정하고, 다음 문장에서 수용 여부와 이유를 설명하며, 마지막에는 수정된 위치를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수용한 의견에는 변경 내용을 정확히 제시하세요
“수정했습니다”라고만 쓰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의 제안에 따라 통계 분석 방법을 연구방법 절에 추가하고, 분석 조건과 유의수준을 8쪽 2문단에 명시했습니다”와 같이 작성하면 검토가 쉬워집니다. 변경된 문장을 답변서에 짧게 인용하거나 페이지와 줄 번호를 함께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2) 수용하기 어려운 의견에는 학술적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세요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요청의 취지를 이해했음을 밝히고, 현재 연구 범위나 데이터 구조상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이어서 독자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어떤 대안을 반영했는지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추가 실험은 본 연구의 범위를 넘어 수행하지 않았지만, 해당 한계를 고찰에 명시하고 결론의 일반화 범위를 축소했습니다”와 같이 쓰면 판단의 합리성이 드러납니다.
3) 한 심사위원의 의견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심사위원을 평가하지 말고 설명하세요
상반된 의견 중 하나를 따를 때는 “심사위원 1의 의견이 더 타당하다”거나 “심사위원 2가 연구를 오해했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신 연구 목적과 원고의 일관성을 기준으로 선택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두 의견을 함께 검토한 결과, 본 연구의 핵심 질문과 저널의 범위를 고려해 분석 결과는 유지하되 설명을 간결하게 수정했습니다”와 같이 쓰면 외교적이면서도 분명한 답변이 됩니다. 충돌이 해소되지 않거나 논문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사안이라면 최종 판단을 편집자에게 요청하는 것도 적절합니다.
결론
상반된 심사 의견을 받았을 때 목표는 모든 요청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 의견의 핵심을 이해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먼저 편집자의 결정과 연구 질문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통된 문제는 신속히 수정해야 합니다. 그다음 수용, 부분 수용, 대안적 수정, 근거 있는 비수용 가운데 가장 적절한 대응을 선택하고, 답변서에는 판단 이유와 실제 변경 사항을 명확히 기록해야 합니다. 피어 리뷰는 연구자를 시험하는 절차라기보다 원고의 약점을 발견하고 논리를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도 연구의 중심을 지키고 정중하게 소통한다면, 심사 대응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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