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경주는 APEC 2025에 대한 기대감과 정상회의를 맞이해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 아태 지역에서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로 인해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합니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 2025에서는 “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 즉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 하에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아태 국가들이 모여 나누는 경제와 무역에 관한 이야기와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러나 이번 주제의 주요 키워드인 지속 가능성, 연결, 혁신, 번영은 우리 학술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시스템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오늘날의 연구 생태계에서 미래 연구 환경과 학술 생태계는 주요한 고민거리 중 하나죠. 올해 2025 피어 리뷰 주간 역시 AI를 메인 테마로 채택하며 피어 리뷰의 미래를 고민한 것처럼 말이죠.

Connect – 연구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다
경제 협력체 내에서의 ‘연결’이란 무역 및 투자의 활성화, 물리적∙제도적∙인적 연결의 강화1를 의미할 겁니다. 연구 생태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연결이란 사람과 지식, 데이터가 이어지는 것이니까요. 이는 연구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성과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하나의 기관이나 국가만의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과제가 많습니다. 비단 몇 년 전에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러했고, 최근 화두에서 빠지지 않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문제들이 그러하죠. 이렇듯 복합적인 주제들은 국경을 초월한 공동 연구와 데이터 공유 없이는 진전을 보이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연구계에서 바라보는 ‘연결’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강한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국제 공동 연구 네트워크나 오픈 협력 플랫폼을 더 활발히 구축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 연구 현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반을 마련해 준다면 더 좋겠지요. 이를 통해 새로운 협력의 장을 마련하여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연구 성과를 늘릴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겁니다.

Innovate – 기술 변화가 바꾸는 연구의 일상
이제 기술은 어느 분야든 빠지지 않는 논제입니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 디지털 격차 해소 등 기술 혁신과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도 늘어나고 있죠. 그러나 이는 비단 산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연구자에게도 기술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에디티지가 국내 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가 이미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연구 도구와 방법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실험 설계,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도구 등 과업 역시 번역이나 검색 지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지금은 데이터를 개방해 지식과 영향력이 확산되는 속도가 혁신의 척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APEC 2025에서 ‘혁신’을 다루는 까닭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균형 잡히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뤄내고자”2 하는 목표로 ‘혁신’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고 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디지털 R&D 인프라를 발판으로 학문 전반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자 역시 기술의 ‘탑승자’가 아니라 ‘운전자’가 되어 혁신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테고요.

Prosper – 함께 성장하는 학술 생태계
이제 번영은 단순한 경제적 성장을 뜻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함께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죠.
연구 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학문 및 연구 환경 역시 중요합니다. 학문 분야 간 벽을 허문 융합 연구, 연구 성과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공공 연구 확대 등이 그 수단이 될 수 있겠죠.
지속 가능한 연구란 연구 자체의 지속 가능성보다는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지식 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가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을 얻을 때 진정한 ‘번영’이 가능할 겁니다.

지속 가능한 내일 – 모두가 함께 구축하는 것
APEC 2025는 대규모 국제 회의지만, 다양한 논제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메시지는 우리 연구자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연결하고, 혁신하고, 함께 번영하는 것’. 언뜻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메시지는 미래 학문의 생존을 위한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과거,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죠. ‘마을’이라고 표현하기에 전 세계는 이제 너무 가까워졌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와 지역, 세대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은 피할 수 없습니다. 두려워하기보다 배워서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된 지식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025년, 한국이 APEC 경제체 회의를 주최하는 건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닙니다. 한국이 글로벌 담론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내일’은 정부나 기업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연구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내일을 그리며 조금씩 변화하는 오늘을 훌륭히 살아가며 쌓아가는 것이죠.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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